집에서 전국의 로스터리를 만나다. 커피 구독 서비스 카페박스
커피는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호식품입니다. 많이 나오고, 많이 사고, 싸고, 미성년자도 마실 수 있습니다. 항상 달고 있다 보니 커피에 대한 우리의 눈높이는 저도 모르게 높아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하게 보이는 프렌차이즈부터 우연히 들어간 동네 카페까지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커피에 놀라는 일이 있습니다. 직장에서 생존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그치지 않고 손수 원두를 고르고 드롭 커피로 내려 마시는 여가용 커피의 등장이 낯설지 않은 이유입니다. 제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수많은 로스터리 카페는 여가로 커피를 즐기는 사람에게 탐험하는 재미를 줍니다.
카페박스(cafe.box)는 다양한 로스터리 카페 브랜드에서 취향에 맞는 커피 원두를 골라 매달 다른 원두를 받아볼 수 있는 커피 구독 서비스입니다. 지난해 말 크라우드 펀딩 형식으로 테스트를 진행했고 현재는 정식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휴 브랜드는 22개 곳으로 서울, 부산과 성남, 부천처럼 수도권에 위치한 로스터리 카페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브랜드 숫자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웹페이지에서 구독을 신청하면 취향에 맞는 커피를 골라준다는 목적으로 설문이 진행됩니다. 카페인 / 디카페인, 사용 기구, 무게감과 향미 등 선호하는 스타일, 원두 분쇄 여부를 골라줍니다. 원두 분쇄 옵션은 아직 핸드드립 분쇄도밖에 제공하지 않습니다.
디카페인 원두를 고르면 선호 스타일 선택 단계는 건너뛰고 바로 원두 분쇄 여부를 물어봅니다.
설문을 마치면 이달의 로스터리 카페 브랜드와 원두를 보여줍니다.
카페박스는 정기구독과 1회 구매 옵션을 제공합니다. 각각 회당 25,000원(첫 달은 19,900원), 29,900원입니다. 1회 구매 시에는 홀빈, 분쇄 원두 외에 드립백 형태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정기구독 / 1회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주문 마감일은 매달 15일, 발송일은 21로 정해져 있습니다. 자칫 스케줄을 잘못 알고 16일에 주문했다가는 거의 5주 후에야 커피를 받을 수 있겠네요.
패키지는 작은 노트북 포장 상자 정도의 크기로 봉인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패키지를 여니 감사 카드와 야들야들한 종이 포장이 보입니다.
종이 포장 안에는 100g 홀빈 3팩과 함께 각 원두와 로스터리 카페를 설명하는 카드 3장이 들어있습니다. 이번에 온 커피는 rbhcoffee의 MR. 5 블렌딩, 원두잇커피로스터즈의 흑설탕 블렌딩, 그리고 도미닉커피랩의 인도네시아 만델링입니다. 각 카드에는 원두의 이름, 품종, 특징과 로스터리 카페의 이름, 주소,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원두 팩에는 로스터리 카페 이름과 함께 어떤 원두인지 표시되어 있고 로스팅 날짜도 찍혀 있습니다.
오렌지와 캐러멜 키워드를 가진 MR. 5 블렌딩을 마셔보기로 했습니다. 사용하는 기구에 맞게 홀빈을 그라인딩 합니다. 모두 갈아내자 원두의 고소하고 달큰한 향기는 배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모카포트로 추출했습니다. 과연 튀지 않는 산미가 매력적입니다. 까슬까슬하게 남는 쌉싸름함과 달콤함이 맛이 좋아 몇 번이고 빈 입을 쩝쩝거렸습니다.
카페박스는 다양한 로스터리 카페 브랜드를 손쉽게 경험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최고의 서비스입니다. 아직 종류나 편의 옵션에서 부족한 면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거슬리는 일은 아니고 시간만 지나면 자연히 보충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300g에 2만 원 대 중반에 해당하는 가격은 다양한 원두를 탐험하고 경험하는 일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카페박스가 제공하는 큐레이팅의 가치는 여전히 높습니다. 새로운 것이 주는 즐거움은 그만큼 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