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맛있는 소주. 화요 41
시끌벅적한 식당 안, 달궈지는 불판 앞에서 송골송골 물방울을 흘리는 찬 초록 병. 소주는 저렴한 가격으로 가장 접하기 쉬운 술 중 하나입니다. 대접하기도 대접받기도 편한 술로써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기도 하고 혼자라도 부담 없이 반병쯤은 마실 수 있습니다.
이런 초록 병의 소주가 다른 어느 것보다 가까운 술일 수는 있어도 가장 맛있는 술이라고 한다면 망설여집니다. 여기 묵직한 암갈색 병의 소주는 어떨까요? 재밌게도 이 소주는 맛있습니다.
제품 | 화요 41(375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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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소주 |
생산지 | 대한민국 경기도 여주시 |
알코올 | 41% |
가격 | 20,800원(이마트) |
증류식 소주
화요 41은 증류식 소주입니다. 한국의 소주는 조주 방식에 따라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처음처럼, 참이슬, 진로로 대표되는 희석식 소주와 안동 소주와 같은 증류식 소주입니다.
위스키, 브랜디, 증류식 소주 등의 증류주는 맥주, 와인, 막걸리와 같은 발효주를 증류하는 방식을 기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증류를 거듭할수록 알코올의 순도는 높아지고 원재료의 특성은 줄어듭니다. 그래서 원재료의 풍미를 중요하게 여기는 증류주에서는 한 두 번의 증류만 합니다. 증류식 소주도 마찬가지로, 익힌 곡물을 누룩 등으로 발효시킨 후 증류해서 만듭니다.
희석식 소주도 증류식 소주의 조주 방식과 같은 순서로 만들어집니다. 다만 희석식 소주는 연속식 증류기를 사용한 수백 번의 증류로 85도 이상의 고순도 알코올을 생성, 증류식 소주보다 더 많은 비율로 감미료와 물을 희석하기에 원재료의 풍미는 없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재료의 맛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값싼 재료를 사용해도 차이가 없습니다. 희석식 소주의 저렴한 가격은 이런 공정상의 특징에서 비롯됩니다.
화요
화요의 모회사 광주요는 도자 식기를 만드는 기업입니다. 광주요 그룹은 한국 전통 식문화에 관련된 사업을 합니다. 한식 파인 디너 브랜드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광주요가 2004년 보해양조 ‘옛향’의 개발자 박찬영과 진로 참이슬 개발자 김호영, 한국주류업계의 두 원로를 고문으로 출범한 브랜드가 화요입니다. 알코올 도수별로 나뉘는 4가지 제품, 화요 17, 25, 41, 53과 5년 넘게 오크통에 숙성시킨 싱글 라이스 위스키 화요 X.P. 이렇게 다섯 가지 제품으로 라인업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로지 국산 쌀만을 사용해 만드는 화요는 조주 공정 상에서 주목할 만한 3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 발효에 전통 누룩 대신 인공배양 효모를 사용해 누룩취 등의 잡내가 없습니다.
- 감압증류 방식. 에탄올은 상압에서 78도에서 기화되므로 보통 이 이상의 온도로 증류하는데, 이때 술맛을 내는 몇몇 성분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화요는 높은 압력에서 비교적 낮은 온도(섭씨 25~40도)로 증류하는 감압증류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 방식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예시로는 무려 영하 5도에서 증류하는 옥슬리 진(Oxley Gin)이 있습니다.
- 증류를 마치면 3개월 동안 옹기에서 숙성됩니다. 실제로 알코올 부즈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화요 41
화요 41은 화요 25와 함께 화요의 시작을 알린 핵심 제품입니다.
외관 화이트 스피릿인 만큼 맑고 투명한 색을 띱니다. 꽤 점도가 있는 모양인지 잔 표면에 남는 레그가 넓고 얕습니다.
향 막걸리에서 맡을 수 있는 달달한 쌀 냄새가 첫인상을 남깁니다. 슬쩍 시큼한 느낌도 있습니다. 말린 대추 냄새, 한약의 단내가 납니다. 에어링을 할수록 조청처럼 꾸덕꾸덕한 뉘앙스가 진해집니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향입니다.
맛 새콤달콤한 쌀 발효주의 풍미가 향긋하게 올라옵니다. 그러다 쌉싸름하고 담백한 쌀 맛이 덜컥 떨어집니다. 뒤로 갈수록 기름진 느낌이 강해집니다. 고소한 맛과 스파이시함이 잠깐 스쳐 지나갑니다. 풍성하지는 않지만 아담하고 밀도가 높다는 인상을 줍니다. 향과 맛이 매우 닮았습니다.
피니쉬 ‘나 41도야!’ 간신히 보여주려는 듯한 스파이시함이 혀에 남아 느긋하게 점멸합니다. 부드럽고 무게감이 식도에서 미끄러지는 동안 담백한 맛이 오래도록 남아 있습니다. 어쩐지 한 모금만으로도 배부른 느낌입니다.
저녁 식사가 기다려지는 술
화요 41은 화려한 술은 아닙니다. 여러 풍미를 아낌없이 흩뿌리는 그런 스타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작고 단단하고 아늑한 술입니다. 그렇기에 매운 양념과 기름진 고기반찬이 있는 풍성한 저녁 식탁의 디테일을 채우는 데 화요는 만족할 수밖에 없는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이 부드럽고 겸손한, 맛있는 소주는 정말이지 저녁 반주로 완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