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제품 주도 성장(Product-led Growth) 방법론

제품 주도 성장 시리즈
1부 - 알아서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제품 주도 성장(Product-led Growth) 방법론
2부 - 팀원, 투자자, 고객을 바꾸는 성공한 제품의 경쟁력. 제품 주도 성장 지표
3부 - 고객 10명 중 6명은 한번 쓰고 버린다. 줄줄 새는 제품 온보딩 고치기
4부 - 바이럴 없는 제품은 말라죽을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이 유튜브에 밀리기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페이스북을 보는데 어떤 영상 광고가 제 눈을 끌었습니다. 베개가 너무나 푹신한 나머지 밑에 계란판을 깔아놓고 그 위를 밟아도 달걀이 깨지지 않는 내용이었습니다. 배속 처리된 영상에 큰 자막. 비슷한 포맷의 광고가 줄줄이 나왔습니다. 필터 달린 샤워기는 수도꼭지에 꽂자마자 누레졌고 쭉 짜고 닦았을 뿐인데 새것처럼 하얘지는 곰팡이 제거제도 있었습니다. 그 시기부터 페이스북은 케이스를 끼운 아이폰을 아파트 7층에서 떨어뜨리는 영상과 어떤 향수를 뿌렸더니 무관심했던 이성이 코를 박더라 하는 글을 SNS에서 캡처한 듯한 형태로 제작된 광고로 가득해졌습니다. 얼마 있지 않아 사람들은 시들해졌습니다.

비싸지는 성장

위의 이야기는 온라인 마케팅의 지나간 한 때입니다. 그 뒤 이야기는 독자님이 아시는 대로입니다. 지금 사람들은 페이스북보다 유튜브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사람들은 광고에서 정보만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제 재미를 원합니다. 양질의 콘텐츠를 원합니다. 또 오랜 시간 자신의 이미지와 팬 간의 관계를 구축해온 인플루언서, 그들이 주는 신뢰감을 원합니다. 어느 쪽이든 저렴한 방법은 아닙니다.

마케팅 주도 성장(Marketing-led Growth)는 영업 주도 성장(Sale-led Growth)이 체질이 맞지 않는 수많은 스타트업에 있어서 오랫동안 유효한 전략이었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등의 IT 기업이 만든 새 미디어는 빠르게 성장했고 디지털 프로덕트를 만드는 스타트업에게 꼭 맞았습니다. 그런데 이 미디어의 효율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1. 2016년 3백만이었던 페이스북 활성 광고주 수는 2020년 1천만 명까지 늘었습니다. 이는 한정된 지면에 광고를 싣는 경쟁 비용이 높아짐을 의미합니다.
  2. 2017년 한 해만 페이스북 광고의 CPM(1,000회 노출 당 비용)은 171% 증가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주춤했던 단가는 빠르게 회복하고 있습니다.
  3. 2020년 1분기 구글 검색·디스플레이 광고 CTR(클릭률)는 전년 대비 40% 이상 감소했습니다. CTR 감소 추세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거의 모든 매체에서 발생하는 일입니다.

CAC Graph

고객을 데려오는 데 필요한 비용은 꾸준히 불어나고 있습니다. 2013~18년 사이 CAC(신규 고객 획득 비용)는 50% 넘게 증가했습니다.

마케팅 비용만 오르는 게 아닙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유니콘 스타트업과 IT 대기업의 주도로 개발 인력 영입을 위한 연봉 경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일수록 인력의 유치와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결론은 성장 비용이 늘었다는 겁니다. 이제 전과 같은 비용으로 고객을 데려올 수 없고, 매출을 내고 투자할 수 없으며, 시장의 점유율을 높일 수 없습니다. 이제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변화하는 고객

시장의 변화는 높아지는 비용뿐만이 아닙니다. 고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는 B2C보다 의사 결정이 보수적인 B2B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에 어떤 제품을 도입할 때 영업사원에게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이 당연한 과정인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B2B 고객의 3/4는 이제 영업사원을 통하는 방식보다 앱이나 웹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을 더 선호합니다. 제품에 대해 학습하고, 제품을 시험하여, 전환을 결정하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개인이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행동 양식이 보편화되었습니다.

제품이 제공하는 경험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뀐 것도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80%의 고객은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 받을 경우 해당 제품과 거래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답합니다.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보고서에 따르면 B2C 고객 52%가 개인화된 경험을 얻지 못한다고 느낄 경우 사용하는 브랜드를 바꾸겠다고 말합니다. 디지털 프로덕트의 공급은 차고 넘칩니다. 이제 고객은 자신에게 꼭 맞는 제품이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제품을 버립니다. 이는 MVP 방법론을 대표로 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방식 그로쓰 해킹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

Three Problems

이제 디지털 프로덕트 시장에서 발생한 3가지 상황을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1. 고객 획득 비용을 비롯한 성장 비용의 증가
  2. 제품 탐색-학습-전환 과정의 주체화
  3. 사용자 경험의 고가치화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전략이 바로 제품 주도 성장(Product-led Growth)입니다.

저절로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제품 주도 성장

제품 주도 성장은 고객 확보, 확장, 전환, 유지에 이르는 과정을 주도할 수 있는 제품을 목표로 기획, 개발, 마케팅, 영업까지 조직 전체가 관여, 궁극적으로 제품과 조직의 성장을 끌어내는 방법론입니다. 드롭박스(Dropbox), 슬랙(Slack), 줌(Zoom)를 비롯한 많은 SaaS 기업이 제품 주도 성장을 사용합니다. 제품 주도 성장의 적극적인 제창자인 OpenView Venture Partners는 제품 주도 성장을 활용하는 SaaS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29% 더 높은 벨류에이션을 갖는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제품 주도 성장이 어떤 구조 속에서 작동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장점을 얻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Product-led Growth Flywheel

Product-Led Growth Collective는 50개 이상의 SaaS 기업을 인터뷰하고 발견한 일관된 패턴을 반영하여 제품 주도 성장 전략이 적용된 제품을 쓰는 고객의 사용주기, Product-Led Growth Flywheel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제품 주도 성장이 작동하는 구조를 설명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1. 평가자(Evaluators) : 막 제품을 접한 단계입니다. 유입된 고객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있습니다. 고객은 이미 경쟁사 제품을 비롯한 다양한 선택지를 비교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제품의 가치를 찾을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됩니다. 고객에게 제품을 실제로 경험시키고, 핵심 기능을 이해 시켜 가치를 실감하도록(Aha 모멘트) 온보딩 경험을 설계합니다. 고객은 제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활성화)
  2. 초보자(Beginners) : 문제를 푸는 해결책으로써 제품을 신뢰하고 사용 방법을 학습하는 단계입니다. 기존 워크플로우와의 통합, 문제해결의 ROI를 생각합니다. 고객은 처음부터 가장 효과적이고 정확하게 제품을 사용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마찰로 주요 작업을 마치고(고객 성공) 제품이 또 어떤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 추가 탐색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 고객은 제품을 정기적으로 사용합니다.(채택)
  3. 일반 사용자(Regulars) : 제품에 의존성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 단계의 고객은 제품에 익숙해졌기에 많은 지원을 필요하지 않습니다. 새 기능, 업데이트에 관심이 있지만 사용방식의 큰 변경은 마찰이 될 수 있습니다. 중·고급자용 교육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제품 개선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품 사용을 즐기는 단계에 도달하면(선호) 이러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4. 옹호자(Champion) : 이제 고객과 제품, 브랜드의 관계는 정서적인 수준입니다. 고객은 제품의 운영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피드백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제품을 알립니다.(바이럴) 고객의 도움을 귀중하게 여기고 특별하게 대한다면 고객의 애착은 깊어질 것입니다. 옹호자 단계의 고객은 다른 고객을 끌어들입니다. ‘1. 평가자’부터 플라이휠이 다시 돌기 시작합니다.

계기 - 행동 - 보상 - 투자로 구분되는 Hook 모델과 비교한다면 상당히 유의미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품 주도 성장의 3가지 장점

Three Pros of PLG

  1. CAC 감소 : 제품 주도 성장이 활용된 제품의 사용 주기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처음과 끝이 있는 퍼널 구조가 아닌, 순환하는 원형 구조라는 점입니다. 제품을 잘 경험한 고객은 새로운 고객을 유입시킵니다. Freemium 모델 등의 제품 주도 성장 전략이 온보딩 단계의 허들을 낮추면서 유입된 고객은 빠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이는 판매 주기의 가속화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2. 생산성 향상 : 제품 주도 성장은 각 업무에 분산되어있던 리소스를 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재할당하고 영업과 마케팅에 쓰이는 비용을 절약하여 RPE(직원당 수익)을 높입니다.
  3. 사용자 친화적인 제품 : 제품 주도 성장 제품은 쉽게 사용자가 되어서 바이럴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제품이 고객에게 직관적이고 고품질이라는 의미입니다. 디지털 프로덕트, 특히 SaaS 제품은 한번 팔아서 없어지는 제품이 아닙니다. 플라이휠이 돌수록 피드백이 쌓이고, 제품은 좋아지고, 고객이 늘어나고, 매출이 커집니다. 제품은 말 그대로 기하급수적으로 개선될 것입니다. 이는 고객 만족도, CLV(고객 생애 가치), 신규 고객 유입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정리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은 디지털 프로덕트 시장에 불어온 3가지 바람이었습니다.

  1. 고객 획득 비용을 비롯한 성장 비용의 증가
  2. 제품 탐색-학습-전환 과정의 주체화
  3. 사용자 경험의 고가치화

이런 변화로 기존의 마케팅 주도 성장은 힘을 잃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품 주도 성장이 등장합니다. 제품 주도 성장은 고객 확보, 확장, 전환, 유지에 이르는 과정을 주도할 수 있는 제품을 목표로 합니다. 제품 주도 성장 제품의 사용주기는 4단계로 이뤄진 플라이휠 구조입니다. 제품 주도 성장은 CAC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며, 사용자 친화적인 제품을 만듭니다.

제품 주도 성장 시리즈의 첫 편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편부터는 제품 주도 성장을 실제로 적용하는데 필요한 요소들을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그 첫 번째는 제품 주도 성장의 구축과 성과 측정을 위한 여러 지표에 대한 내용입니다.

위시켓의 지원과 함께 제작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