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 투자자, 고객을 바꾸는 성공한 제품의 경쟁력. 제품 주도 성장 지표
제품 주도 성장 시리즈
1부 - 알아서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제품 주도 성장(Product-led Growth) 방법론
2부 - 팀원, 투자자, 고객을 바꾸는 성공한 제품의 경쟁력. 제품 주도 성장 지표
3부 - 고객 10명 중 6명은 한번 쓰고 버린다. 줄줄 새는 제품 온보딩 고치기
4부 - 바이럴 없는 제품은 말라죽을 수밖에 없다
조직의 언어, 지표
저번 글에서 제품 주도 성장을 고객 확보, 확장, 전환, 유지에 이르는 과정을 주도할 수 있는 제품을 목표로 기획, 개발, 마케팅, 영업까지 조직 전체가 관여, 궁극적으로 제품과 조직의 성장을 끌어내는 방법론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고객 확보, 확장, 전환, 유지 과정을 주도하는 제품이 어떤 방식으로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는 이미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조직 전체가 관여’한다는 부분에 방점을 찍어보겠습니다.
새삼스럽지만 협업은 어려운 일입니다. 자신의 사고를 다른 조직 구성원에게 전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는 것도, 전달하는 일도, 전달이 잘 됐는지 확인하는 것까지도 전부 상당한 수고를 동반하는 일입니다.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전달한 의사는 어떤 식으로든 변형되기 마련입니다. 이때 필요한 게 조직 공통의 언어, 목표입니다.
조직원 모두가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개개인의 의사전달에 의존하는 대신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을 탐색하게 됩니다. 통일된 뉘앙스가 있기에 전달받은 의사를 보다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고 나아가서 더 나은 방식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협업을 위한 협업이 아니라 사업을 위한 협업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제품 주도 성장에서는 조직원 모두가 제품을 위해 일합니다. 개발 따로 하고 홍보 따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팀원 모두가 자신이 맡은 업무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활용하여 공통된 방향성을 도출하고, 그 방향성을 다시 업무에 적용합니다. 당연히 제품 주도 성장 이전의 방법보다 의사소통이 늘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특성이 있는 제품 주도 성장의 조직에서 지표 설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더 강조할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이제부터 조직 성장의 관점에서, 그리고 제품 사용주기에 맞춰 수익화 구조를 설명한 AARRR 프레임워크의 각 단계에서 도출할 수 있는 지표를 설명하겠습니다.
제품 주도 성장이 조직을 얼마나 성장시켰는가? 자연 성장률(NRG)
전 세계의 SaaS 기업에 투자하는 OpenView Venture Partners는 오랜 투자 경험 속에서 SaaS 기업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지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성장률과 수익률의 합이 40% 이상이어야 한다는 40% 규칙, CMRR(신규 유입·이탈 등 변동사항 적용된 월간 반복 수익), Churn(매출 이탈률), Cash(현금), CAC(신규 고객 획득 비용), CLTV(고객 생애 가치)를 뜻하는 SaaS의 5C, 그리고 기업이 시장 진출에 성공하기까지 ARR(연간 반복 수입)의 성장 단계를 다룬 T2D3 패스까지. 성장률, 별도의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는 고객 획득 및 반복 수익에 집중한 프레임워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OpenView는 이러한 프레임워크에서 사용하는 일부 지표가 제품 주도 성장을 활용하는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 ARR 성장률 : 제품 주도 성장 기업의 ARR 성장률은 다른 기업보다 낮다가 ARR이 천만 달러를 넘는 시기에는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순 ARR 성장률 비교는 초반에 제품 주도 성장 제품의 고성장 동력 설계가 가진 가치를 반영하지 못합니다.
- CAC : 제품 주도 성장 기업은 다른 기업보다 R&D 비용을 44% 더 많이 씁니다. 여기에는 CAC 감소를 위한 온보딩 최적화 및 바이럴 유도 비용도 포함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용은 영업·마케팅 비용처럼 따로 계산하기 어려운 항목이기 때문에 CAC를 정확하게 산정할 수 없습니다.
- CAC 대비 LTV 비율 : 이 지표는 선형적 제품 사용주기를 가진 제품의 경우에만 유효합니다. 저번 글에서 확인했다시피 제품 주도 성장은 순환하는 원형의 제품 사용주기를 만듭니다. 사실상 LTV가 무한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penView는 NRG(자연 성장률)를 제안합니다. NRG는 제품 주도 성장 기업의 가치를 측정하기에 적합한 지표입니다.
NRG = 100 * ARR 성장률 * 전체 가입 수 중 자연적(Organic) 가입 비율 * 전체 ARR 중 추가 지원 없이 제품만으로 전환된 고객 ARR 비율
계산식을 보면 알겠지만, NRG는 식을 구성하는 3가지 항목의 수치에 비례해서 높아집니다. 3가지 구성요소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ARR 성장률 : (올해 ARR - 작년 ARR) / 작년 ARR
- 전체 가입 중 자연적 가입 비율 : 전체 가입 고객 중 유료 마케팅·이벤트를 통하지 않고 스스로 제품에 유입된 고객의 비율
- 전체 ARR 중 추가 지원 없이 제품만으로 전환된 고객 ARR 비율 : 전체 ARR 중 무료 버전 제품, FAQ나 지원 센터 같은 셀프서비스 등만 쓰고도 결제한 고객의 ARR 비율. 채팅 상담으로 데모 버전을 요청하는 경우처럼 수동으로 무언가를 해야 하는 일회성 지원이 전환 과정에 있다면 비율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NRG는 고객 확보, 확장, 전환, 유지가 얼마나 제품 주도적으로 수익성 있게 이뤄지는가를 측정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초반에 ARR 성장률이 낮더라도 자연적 가입 비율이나 제품만으로 전환된 고객 ARR 비율이 높다면 고객 확보, 전환, 유지 과정이 단단하며 고객 유입 대비 수익률이 양호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더 큰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수록 성장률은 떨어집니다. ARR이 5천만 달러가 넘는 기업은 1천만 달러 미만의 기업보다 1/3가량 낮은 NRG를 보였더라도 비슷한 성과를 냈다고 봅니다.
유입된 고객이 수익을 주기까지, AARRR 프레임워크
NRG가 조직 전체·매출 측면에서 중요한 거시적 지표였다면 이번에 살펴볼 AARRR 단계별 지표는 좀 더 미시적이고 실무자에게 가까운 지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AARRR은 미국의 VC인 500 Startups의 창업자 데이빗 맥클루어가 제시한 프레임워크로 고객의 제품 사용주기를 다음과 같은 5단계로 구분, 각 단계의 전환율을 측정하여 제품 개발과 수익화를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 획득(Acquisition) : 고객의 유입
- 활성화(Activation) : 고객의 제품 가치 경험
- 유지(Retention) : 고객의 재방문·재이용
- 추천(Referral) : 고객이 다른 사람에게 제품을 추천
- 매출(Revenue) : 고객의 수익화 행위(결제 등)
저번 글에서 소개한 제품 주도 성장 플라이휠과는 제품의 사용주기를 재구성했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획득~추천에 해당하는 AARRR의 부분이 평가자~옹호자에 해당하는 플라이휠의 부분과 유사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은 AARRR의 각 단계에서 측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획득
- 가입률 : 유입된 신규 고객이 제품의 가치를 접할 수 있도록 준비된 단계에 다다르는 과정의 전환율입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마찰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러나 필수적인 마찰은 수익성 있는 고객을 걸러내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제품의 특성에 따라서 유동적인 조정이 필요합니다.
활성화
- TTV(가치 실현 시간) : 신규 고객이 유입된 직후 제품의 가치를 깨닫고 정기적 사용이나 결제와 같은 전환 단계에 도달할 수 있는 준비가 된 상태까지 걸리는 시간입니다. 짧은 TTV는 같은 기간 내 더 많은 활성화 고객을 만듭니다.
- PAI(제품 채택 지표) : ‘매직 넘버’로도 불립니다. 고객이 제품을 지속적해서 사용할 것이라는 신호입니다. 페이스북의 10일 간 친구 7명 추가, 드롭박스의 1장치, 1폴더, 1파일 추가 규칙 등이 그 사례입니다.
유지
- CLTV(고객 생애 가치) : LTV 혹은 CLV. 단일 고객이 제품을 쓰는 동안 얻을 수 있는 예상 수익을 뜻합니다. 기본적으로는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는 전 기간에 얻을 수 있는 수익에서 고객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비용을 제외하여 계산합니다.
- 순 이탈 손실액 비율 : (기간 내 이탈 손실액 - 기간 내 추가 및 확장 수익) / 기간 내 전체 수익. 고객의 이탈은 항상 일어나는 일입니다. 순 이탈 손실액 비율을 추적하여 가장 수익성 있는 고객을 위한 솔루션을 준비하면서 그들을 지키고 성장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추천(제품 초대)
- 바이럴리티(Virality) : 초대 수 * 각 초대의 전환율. 제품의 초대 시스템이 몇 명의 고객을 유치시킬지 유추할 수 있습니다.
매출
- ARR(연간 반복 수익) : MRR(월간 반복 수익)과 함께 자주 사용됩니다. 구독 결제 구조에서 고객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매달 자동 결제합니다. 반복 수익이란 이런 어느 정도 확보되었다고 여겨지는 수익을 뜻합니다.
- ARPU(사용자당 평균 수익) : 전체 수익 / 사용자 수. 단일 고객으로부터 예상할 수 있는 평균 수익입니다.
정리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은 전 조직이 동원되는 제품 주도 성장에서 공통된 목표 설정이 가지는 중요성이었습니다. 통일된 목표는 조직원 개개인의 의사전달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고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을 탐색하게 합니다.
NRG, 자연 성장률은 조직과 매출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 주도 성장 지표입니다. NRG는 고객 확보, 확장, 전환, 유지가 얼마나 제품 주도적으로 수익성 있게 이뤄지는가를 측정합니다.
AARRR 프레임워크는 제품 사용주기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제품 주도 성장 플라이휠과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AARRR의 각 단계에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알아보았습니다.
제품 주도 성장 시리즈의 2번째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편부터는 제품 주도 성장 기업이 개발한 제품에 적용된 전략을 온보딩 단계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위시켓의 지원과 함께 제작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