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모음에 꽉 찬 화려함. 하이랜드 파크 12년
제품 | 하이랜드 파크 12년(750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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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 |
생산지 |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오크니 |
알코올 | 40도 |
몇 해 전 리뉴얼된 하이랜드 파크의 패키지는 화려한 편입니다. 뱀과 개가 서로를 물고 있는 켈트 스타일 일러스트가 인상적입니다. 그러면서도 새까만 검정 바탕에 절제된 오렌지색이 조합된 모습은 모던한 느낌입니다.
하이랜드 파크의 컨셉은 Viking Honour. 컨셉에 맞게 볼드한 레이아웃과 날카로운 대문자 폰트가 눈에 띕니다. 하이랜드 파크는 오랫동안 최북단 증류소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이랜드 파크 증류소는 스코틀랜드 오크니 제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오크니 제도가 한때 덴마크-노르웨이의 영토였던 셰틀랜드 제도와 가까운 만큼 과거 바이킹의 땅이었다는 지역적 특색을 컨셉으로 녹여낸 것으로 보입니다. 오크니 제도는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주인공 빅터가 괴물과 거래, 그의 짝을 만들기 위해 은둔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거칠고 신비스러운 오크니의 분위기는 하이랜드 파크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패키지 겉면은 양반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한 병이 등장합니다. 패키지의 일러스트 패턴이 병에 양각처리되어 개성있는 디자인을 이룹니다. 전체적인 병의 형태도 평범한 원통형이 아니라 양쪽으로 넙적한 형태입니다.
코르크가 묵직하게 열립니다. 진한 쉐리 위스키나 피트 가득한 아일라 위스키를 열었을 때처럼 방안 가득 향기가 쏟아지지는 않습니다. 잔에 따라놓고 코를 가져다대도 하이랜드 파크 12년의 향기는 다른 싱글 몰트 위스키에 비해 정숙한 쪽입니다.
입술 사이에 한 모금 흘려넣으니 전혀 예상 못했던 스모키한 피트맛이 들어섭니다. 피트맛 자체가 강한 편은 아니나 향에서 느껴지는 존재감은 작았기 때문에 첫맛 자체는 상당한 반전입니다.
상쾌한 신맛이 빠르게 지나가고 풍성한 크림맛이 주인공처럼 나타납니다. 갓 만든 과일 케이크를 입안 가득 베어문 것처럼 향긋하고 달콤한 빵맛이 흘러 넘칩니다. 혀끝에 고체로 된 실체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 낯설 정도로 실감나는 맛입니다.
위스키가 목으로 넘어간 뒤에도 달큰하고 쌉쌀한 향이 콧속에서 움찔거립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모든 향이 사라집니다. 입 속 곳곳을 혀끝으로 두드려봐도 남은 것은 없습니다. 쓴 초콜릿을 먹고 나면 남는 담백한 맛에서 카카오 향을 뺀 느낌입니다. 꽤 건조합 피니쉬입니다.
하이랜드 파크 12년은 둔탁한 외견과는 정반대로 우아하고 향긋한 풍미가 있는 위스키입니다.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디저트의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모험심을 자극하는 복잡함을 품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뿜어대는데도 부담없는 무게감입니다. 거기에 가장 중요한 가격도 나쁜 편이 아니니, 추천하는 입장이 된다면 상당히 높은 확률로 하이랜드 파크를 꺼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