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만 하는 제품운영? 부분 유료화 vs 무료 체험판 모델로 성과내기
부분 유료화와 무료 체험판 모델은 구독 정책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프로덕트 시장의 초기부터 활용되었습니다. 플로피 디스크나 CD로 사던 소프트웨어는 인터넷 기반의 SaaS가 되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부분 유료화, 무료 체험판 모델은 살아남았습니다. 오히려 더 강력해졌습니다. 두 모델에서 핵심이 되는 무료 버전 제품을 제공하기가 훨씬 수월해졌기 때문입니다. 온보딩 전략에 대해 다룬 이전 글에서도 설명한 바 있듯, 고객 10명 중 9명이 제품 탐색 방식으로 영업 사원과의 대화보다 부분 유료화·무료 체험판 제품 사용을 선호 합니다. 오늘날 디지털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반드시 공부하게 되는 전략이 부분 유료화와 무료 체험판 모델입니다.
- 그렇다면 부분 유료화와 무료 체험판 모델은 뭐가 다르고, 어떻게 써야 할까요?
- 수익화 전략이 아니라 고객 획득 전략인 이유가 뭘까요?
- 두 모델을 섞을 수도 있을까요?
부분 유료화의 정의
부분 유료화와 무료 체험판 모델은 모두 고객이 결제하기 전에 제품을 써볼 수 있게 만든다는 구조상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제품의 사용 경험까지 고객의 전환을 위한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각각의 정의와 장단점을 알아보고 비교해보겠습니다.
부분 유료화(Freemium) 모델은 사용 기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지만, 유료 버전 제품보다 기능이 축소·제한된 무료 버전 제품을 잠재 고객에게 제공합니다. 무료라는 낮은 허들로 유입된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며 그 가치를 실감하여, 유료 기능이 필요해지면 전환시키는 과정이 부분 유료화 모델의 일반적인 전략입니다.
무료 체험판의 정의
무료 체험판(Free Trial) 모델은 유료 버전 제품처럼 기능 제한 없이 쓸 수 있지만, 사용 기한이 정해진(통상 2주 ~ 한달) 무료 버전 제품을 잠재 고객에게 제공합니다. 유입된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며 그 가치를 실감하여, 제품 사용 기간을 연장할 필요를 느끼게 되면 전환시키는 것이 무료 체험판 모델의 일반적인 전략입니다.
부분 유료화 vs 무료 체험판
두 모델의 차이점은 무료 버전 제품의 사용 기간과 기능 제한 여부뿐이지만, 이 차이 때문에 두 모델은 사뭇 다른 장단점을 갖게 됩니다.
부분 유료화 모델의 장점
- 여러 계정을 만드는 등의 부정 사용을 막기 위해 별도 절차가 필요한 무료 체험판 모델보다 온보딩 과정을 더 간소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유입량이 늘어나고, 유입속도가 빨라집니다.
- 위와 같은 이유로 바이럴 시도 횟수가 크고, 바이럴 성공 비율도 높습니다. 줌(Zoom)과 같은 제품은 이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347개 기업 유료 버전 제품 사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부분 유료화 모델을 사용하면 고객이 주변 사람에게 제품을 추천할 의향을 나타내는 지표인 NPS(Net Promoter Score)가 무료 체험판 모델 사용이나 무료 버전 제품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보다 13~89% 더 높았습니다. 이는 부분 유료화 모델을 사용하는 기업의 CAC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로도 확인됩니다.
- 무료 버전 제품을 기간 제한 없이 쓸 수 있기에 더 많은 사용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부분 유료화 모델의 단점
- 무료 버전 제품을 운영하는 비용이 무료 체험판 모델에 비해 큽니다. 이 비용은 유료 결제 고객으로부터 충당되는데, 낮은 전환율을 고려할 때 부분 유료화 모델은 큰 시장에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순수하게 부분 유료화로만 ARR(연간 반복 수익) 1억 달러를 달성하려면 활성 고객 5천만 명이 필요하다는 계산 결과가 있습니다. 단순 가정일 뿐이지만 부분 유료화 모델 하나로는 수익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 기능이 제한된 무료 버전 제품이 고객이 유료로 전환할 만큼 충분한 가치를 전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 위와 반대로, 제한된 기능의 무료 버전 제품만으로 충분하여 유료 전환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잠재 고객의 니즈를 확실히 파악해서 유료 버전 제품에 포함해야 합니다.
무료 체험판 모델의 장점
- 비교적 제품을 평가하는데 더 큰 노력과 시간을 기울이며, 전환 가능성도 큰 고객이 무료 체험판 제품을 요청합니다.
- 기능 제한이 없기에 실제 제품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그대로 전달합니다.
- 사용 기간 제한은 전환에 대한 긴박함을 조성합니다.
무료 체험판 모델의 단점
- 부정 사용을 막기 위해 별도 절차가 필요합니다. 유입량과 유입속도가 비교적 적고 낮습니다. 온보딩 과정을 최적화해야 합니다.
- 위와 같은 이유로 효과적인 규모의 바이럴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따라서 유입된 고객을 최대한 전환시키는데 주력해야합니다.
- 그럼에도 2번과 같은 해결책은 고객 관리 비용을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거칠게 말해 부분 유료화 모델은 고객 유입이 많은 대신 전환율이 낮고, 무료 체험판 모델은 유입이 적은 대신 전환율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절대적인 특성은 아닙니다. 산업 특색이나, 제품에 결합된 다른 모델에 따라 부분 유료화와 무료 체험판 모델의 성과는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여기까지 이해했다면 왜 부분 유료화와 무료 체험판 모델이 수익화 전략이 아니라 고객 획득 전략인지 알았을 겁니다. 두 모델의 방점은 제품을 더 비싸게 판매하는 게 아니라 고객을 데려오고 전환시키는데 찍혀 있습니다.
성과 내는 부분 유료화, 무료 체험판
두 모델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기도 까다로운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없습니다. 제품과 상황을 고려한 모델의 튜닝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그때 필요한 3가지 포인트입니다.
1. 부분 유료화 모델의 기능 제한 / 무료 체험판의 사용 기간 제한
두 모델에 기능 제한과 사용 기간 제한이 있는 이유는 오직 무료 버전 제품 사용 경험이 유료 결제, 전환으로 연결되기 위함입니다. 이런 작용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능 제한과 사용 기간 제한을 치밀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무료 버전 제품은 고객의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해선 안 됩니다. 동시에 제품의 핵심 가치는 전달되어야 합니다. 중요도-만족도 프레임워크는 이런 가치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제품의 어떤 기능이든지 고객에게 효용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고객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기능의 순위는 정해져 있습니다. 이런 핵심 기능이야말로 고객이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가 됩니다. 중요도-만족도 프레임워크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니즈지만 현재 시장에 만족할 만한 해결책이 나와 있지 않은 부분에서 핵심 기능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무료 체험판의 경우 사용 제한 기간은 고객이 충분히 만족할 만큼 길어서는 안 되지만 제품을 성공적으로 활용하여 핵심 가치를 경험할 만큼은 되어야 합니다.
2. 무료 버전 제품의 운영 비용
부분 유료화와 무료 체험판 모델을 활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무료 버전 제품 운영 비용은 당연히 공짜가 아닙니다. 두 모델을 활용하는 기업이라면 이러한 운영 비용을 CAC(고객 획득 비용)의 일부로 산정하는 게 전략적일 겁니다. 무료 버전 제품을 제공하는 비용을 전환으로 발생하는 수익과 지속해서 비교하면서 이상적인 비율을 만들 수 있도록 목표치를 설정해야 합니다. 이 목표는 고객 수, 전환율, 가격 등 수익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지표가 포함됩니다.
3. 무료 버전 제품 사용 고객을 지속 관리
부분 유료화와 무료 체험판 모델을 잘못 활용하는 많은 경우는 무료 버전 제품 사용 고객을 경시하는 데서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무료 버전 제품이 제품의 핵심 가치를 전달하지 못합니다.
- 무료 버전 제품 사용에서 유료 결제, 전환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최적화되지 않았습니다.
- 무료 버전 제품을 계속 쓰다 보면 제품의 가치를 이해할 것으로 보고 별도 자원을 투입하지 않습니다.
무료 버전 제품 사용은 고객의 전환 과정으로, 일종의 퍼널로 인식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고객이 전환하는지 이 퍼널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한 제품 주도 성장 플라이휠을 참고하면 이 과정을 이해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이브리드 모델
부분 유료화와 무료 체험판 모델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실험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 순간 두 모델의 장점을 서로 끌어다 쓰고 있는 형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어색한 것이 아닙니다. 부분 유료화와 무료 체험판을 섞은 하이브리드 모델은 특정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성공한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스포티파이는 유료 버전 제품인 프리미엄에 대한 무료 체험판을 운영함과 동시에, 광고를 듣고 몇 가지 기능 제한이 있는 무료 버전 제품도 지원합니다. 스포티파이에는 1억 5천만 명이 넘는 유료 결제 고객이 있는데, 이는 전체 고객의 45%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에버노트(Evernote), 드롭박스(Dropbox), 구글 드라이브(Google Drvie) 등 부분 유료화 모델을 활용하는 여타 서비스의 전환율이 1~4%라는 것을 생각하면 산업 분야가 다르더라도 인상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스포티파이의 사례가 하이브리드 모델이 만능이라는 점을 보증하지는 않습니다. 처음 기능 제한이 없는 무료 체험판을 제공하고 이후에 기능 제한이 있는 무료 버전 제품으로 전환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가정해봅시다. 이와 같은 모델은 처음 제공된 무료 체험판에서 유료 결제하지 않고 기능 제한이 있는 무료 버전 제품을 꾸준히 사용하다가 유료 결제하는 고객을 상정한 것입니다. 산업 분야와 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한정적입니다. 따라서 하이브리드 모델은 최초 설계로 구현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수많은 연구와 실험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라고 받아들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정리
부분 유료화와 무료 체험판 모델은 모두 고객이 결제하기 전에 제품을 써볼 수 있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부분 유료화 모델은 사용 기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지만, 유료 버전 제품보다 기능이 축소·제한된 무료 버전 제품을 잠재 고객에게 제공합니다. 무료 체험판 모델은 반대로 사용 기간 제한이 있지만 기능은 제한이 없습니다.
부분 유료화 모델의 장점 : 온보딩 과정을 더 간소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유입량이 늘어나고, 유입속도가 빨라집니다. 바이럴도 잘 동작합니다. 전반적으로 사용량이 많아 데이터 분석에 용이합니다.
부분 유료화 모델의 단점 : 무료 버전 제품의 운영비가 상대적으로 크고, 적절한 기능 제한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환율이 낮습니다.
무료 체험판 모델의 장점 : 사용 기간 제한이 전환에 대한 긴박감을 줄 뿐만 아니라 전환 가능성도 큰 고객이 무료 체험판 제품을 요청합니다. 실제 제품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그대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무료 체험판 모델의 단점 : 유입량과 유입속도가 비교적 적고 낮으며 바이럴 규모도 작습니다. 전환율을 높이기 위해 별도 자원이 투입될 수 있습니다.
두 모델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 부분 유료화 모델의 기능 제한 / 무료 체험판의 사용 기간 제한
- 무료 버전 제품의 운영 비용
- 무료 버전 제품 사용 고객을 지속적으로 관리
끝으로 두 모델을 섞은 하이브리드 모델은 특정한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성과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결국, 어떤 모델이라도 자세히 분석한 상태에서 제품의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효과를 낸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습니다.
위시켓의 지원과 함께 제작된 콘텐츠입니다.